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21년 전·14년 전에 만들었다고?…박스오피스 점령한 '옛날 영화'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1.26 14:58 수정 2021.01.26 15:59 조회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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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이 코로나19로 잔뜩 위축됐던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박스오피스의 또 다른 성적표가 눈길을 끈다.

박스오피스 3위에 이름을 올린 '화양연화'와 5위에 이름을 올린 '블라인드'가 그 주인공이다.

두 영화는 제작 시기가 10년 이상을 훌쩍 넘긴 '옛날 영화'다. '화양연화'는 2000년 10월 20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이며, '블라인드'는 14년 만에 극장에 정식 개봉한 영화다. 코로나19로 신작 개봉이 주춤한 시기에 관객과 만나 선전을 펼치고 있다.

'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은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시간을 그린 로맨스. 홍콩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왕가위 감독의 독보적인 연출과 수려한 미장센, 양조위와 장만옥의 빼어난 감성 연기가 어우러진 타임리스 명작이다.

이 작품은 2004, 2008, 2013년에 이어 4번째 재개봉인 데다 OTT 사이트를 통해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지만 스크린에서 다시 보는 감동은 컸다. 무엇보다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마니아들을 극장으로 모이게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한 영화는 9만 명을 돌파해 10만 고지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블라인드'는 모든 것을 보고 싶은 루벤과 모든 것을 감추고 싶은 마리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정돼 호평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영화제와 TV에서 소개된 바 있다.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적은 없지만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던 영화다.

북유럽발 멜로는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SNS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재관람 빈도도 높은 편이다.

재개봉은 비수기 시즌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성수기, 비수기가 무색해졌고, 신작 가뭄이 계속되면서 먼지 쌓인 영화들이 부활하고 있다. 공인된 수작이기에 입소문이 불필요하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웬만한 신작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의 신작 공백을 재개봉 영화가 메울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관객의 호평은 물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장기간 차지하며 롱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비포 미드나잇' 등의 영화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불황의 장기화 속에서 빚어진 진풍경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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