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아카이브K' 한국 블랙 뮤직의 메카이자 90년대 춤꾼들의 영원한 아지트 '문나이트'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1.01.25 02:01 수정 2021.01.25 09:28 조회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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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문나이트는 90년대 댄스 가수들이 등용문 그 이상의 의미였다.

24일에 방송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이하 '아카이브 K')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춤꾼들의 출발점이 된 이태원 문나이트를 조명했다.

90년대 미군 부대 근처 이태원동에 있던 클럽으로 당시 9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춤꾼들의 아지트로 알려진 장소로 유명한 곳이자 많은 가수들을 배출해 낸 산실이었던 문나이트. 이에 문나이트 출신 가수들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었다. 그리고 문나이트를 남편과 함께 경영했던 김영옥 씨가 영상으로 등장하자 감회에 젖었다.

김영옥 씨는 "양현석이 항상 선풍기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상민은 "스피커 옆은 강원래, 계단에는 김성재, 그리고 선풍기 앞에는 항상 양현석이 있었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문나이트 사장님은 "현석이는 오면 인사만 하고 춤을 추는 아이였다. 그래서 이야기는 별로 안 했다.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한 것은 강원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시 문나이트를 방문하는 이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런데 어느 날 TV에 다 나오고 있더라. 지금 보면 참 멋진 인생을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라며 그 시절 그 친구들을 추억했다.

또한 문나이트를 다녔던 그 시절 친구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오래도록 생각해주고 이야기를 해주니까 난 너무 고맙고. 앞으로 다 잘되고 더 멋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전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문나이트 출신들은 당시 문나이트가 가수 영입의 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영턱스클럽의 리더였던 최승민은 양현석과의 오디션은 문나이트 선풍기와 스피커 앞에서 했다고 말했다.

현진영은 90년대는 제작자들이 문나이트에서 춤 잘 추는 춤꾼들을 뽑아가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김송도 "당시 댄서들이 가수가 되는 건 유행이었다. 제작자들이 문나이트에서 캐스팅을 했고 나도 그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이상민은 "문나이트 출신이어야 댄스 가요 시장에 비집고 들어가서 명함 내밀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왜냐면 거기 출신들은 다 잘 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문나이트를 통해 발탁된 대표적인 가수가 R.ef의 성대현, 철이와 미애의 미애, 콜라의 김송 등이었다.

성대현은 "문나이트에 왔던 친구들 중에 가수가 안 된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상민도 "문나이트는 하나의 필터였다. 여기를 거치면 인정한다 그런 분위기였다"라고 덧붙였다.

현진영, 양현석, 이주노, 강원래, 구준엽, 이현도, 김성재가 문나이트 대표 남자 춤꾼들이었다면 여자 춤꾼 중 최고로 꼽히는 것은 철이와 미애의 미애였다.

채리나는 "문나이트 여자 춤꾼은 미애 언니다. 미애 언니는 나의 뮤즈이고 춤에 있어서는 가장 존경하고 아직까지도 존경심이 있는 춤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현도는 "철이와 미애로 데뷔한 미애 누나는 파워나 이런 게 남달랐다. 정말 강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상민은 "눈빛 표정 이런 것들이 모두 아트였다"라고 했고, 현진영은 "한번 등장해서 춤을 추면 재즈를 기반으로 한 춤인데 시선을 다 모았다. 현재 아이돌이나 댄서들 어느 누구도 미애 씨의 춤 선, 맵시, 그루브를 따라갈 수 없었다"라며 본인도 동경한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상으로 깜짝 등장한 미애는 남자 댄서들 중 가장 남달랐던 춤꾼으로 강원래와 이주노를 꼽았다. 그는 "당시에는 뭔가 하나가 유행하면 모두 그걸 따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개성에 맞는 춤을 춰서 남 달랐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진영도 기억에 남아. 현진영은 춤을 추다가 항상 턴을 도는데 그 턴이 너무 빨리빨리 많이 돌았다"라며 웃었다.

문나이트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여자 춤꾼은 꼬마 춤꾼 채리나가 있었다. 채리나에 대해 "김송이 유일하게 흑인 느낌이 나는 댄서라고 생각했는데 채리나를 보고 비슷한 친구가 또 있었구나 느꼈다"라고 했다.

이에 김송도 "나와 너무 비슷했다. 비슷한 외모와 춤 때문에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뻐해 주겠냐. 지금이야 예뻐하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채리나에 대해 또 다른 이들은 "그냥 미친 애였다. 춤출 때 눈빛이 바뀌는데 새까만 애가 바지 엄청 큰 걸 입고 와서 바닥 다 쓸면서 춤을 췄다. 그래서 쟤도 나중에 뭐 하겠다 싶더라"라고 했다.

멤버의 군입대로 새 멤버 영입이 필요했던 룰라는 처음에는 남자 춤꾼을 찾다가 여자 춤꾼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에 이상민이 가장 탐냈던 것은 바로 김송. 하지만 강원래는 김송의 영입을 반대했고 대신 채리나를 소개했다.

당시 힙합과 블랙 뮤직에 빠졌던 채리나는 성공한 댄스 그룹 룰라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채리나는 소속사 사장의 삼고초려로 룰라에 합류했고 합류 5일 만에 3일 동안 안무를 외워 데뷔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성공을 이뤘고 특히 강원래가 만든 '엉덩이 춤'은 신드롬급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상민은 강원래만큼이나 이현도를 룰라의 은인으로 꼽았다. 그는 "룰라 2집의 성공으로 3집에 대한 흥행 부담이 컸다. 그러다가 표절 논란이 일었고 멤버들은 활동 중단을 선언하게 됐다. 당시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형이랑 같이 음악 하자. 내가 만들어 볼게"라고 이현도 형이 손을 내밀어줬고 그렇게 룰라 4집이 발매됐다"라고 설명했다.

채리나는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좋은 곡을 주셔서 손 잡아준 것도 모자라서. 누가 알았냐. 요즘 대학생들이 3! 4! 게임을 할지"라고 말했다. 룰라는 이현도가 작사, 작곡을 한 '3! 4!'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에 당시 이상민은 이현도와 고인이 된 김성재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채리나는 "너무 힘든 시기에 오빠가 도와줬고 우리는 이 곡이 아니었다면 재기를 못했을 거다. 나의 최고의 인생 곡이다"라고 말했다.

문나이트 출신으로 춤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두각을 나타난 독보적인 이는 바로 듀스의 이현도였다. 이현도는 "재즈 뮤지션 허비 행콕이 처음으로 전자 음악을 시도한 것이 'Rockit'인데 드럼 머신을 이용한 음악에 엄청난 호기심이 생겼다"라며 블랙 뮤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리고 일본에서 전학 온 김성재와 절친이 되었고 그는 자신의 음악 세계로 김성재를 물들였다. 이현도는 "그 이후 문나이트를 알게 됐고 현진영과 와와로 활동했던 강원래와 구준엽이 군대에 가면서 와와를 성재에게 물려줬다"라고 가요계에 입문한 계기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그때 성재는 길이도 길고 뭘 해도 멋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SM과 계약하는 것이 예약된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난 얘를 어디에 쓰지 싶은 존재였다.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상실감과 현실적인 자괴감이 있었다. 그때 난 인정을 받아야겠다,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지 하는 열망이 있었고 그게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라고 음악에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이현도는 신시사이저를 첫 구입하고 작곡에 몰두했다. 그는 "악보도 못 보고 코드도 모르니까 그냥 혼자 다 한 거다. 그땐 편곡자가 따로 있는지도 몰랐다. 춤을 맨 땅에 헤딩으로 익혔던 것처럼 음악도 그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탄생한 듀스 1집. 듀스 1집은 전곡이 이현도가 만든 곡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듀스는 이전까지 국내에서 본 적 없는 흑인 음악 듀오로 데뷔했다.

한국 블랙뮤직의 전설 이현도의 등장에 룰라의 김지현과 채리나는 눈물을 흘렸다. 김지현은 "옛날 생각도 나고 너무 반갑고 그래서 눈물이 난다"라고 했다.

춤과 음악 두 장르에서 정상에 올랐던 이현도. 이에 성시경은 "그게 바로 듀스의 힘이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김송은 "듀스 데뷔 이전부터 친구였는데 집에 놀러 가면 건반을 그렇게 쳐댔다. 우리는 관심도 없는데 현도는 그때부터 음악적 재능이 남달랐다"라고 했다.

김정남은 듀스에 대한 동경을 고백했다. 그는 "95년 터보 데뷔 당시 듀스랑 비슷하게만 해도 성공이다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가고 싶은데 우리 음악은 달라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뮤지도 듀스와 이현도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제 음악에 있어 편곡 법이나 모든 영감을 준 것이 이현도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저한테 듀스는 단 한 번도 레트로인 적이 없고 클래식이다. 현도 형님의 공격적인 편곡이 너무 좋다"라며 "본인이 댄서 출신이기 때문에 음악에서 항상 댄서너블한 느낌이 났다. 그리고 남성적인 터프함을 간직한 곡들이 많아서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문나이트 출신 가수들은 문나이트에 대해 "인생 가장 핫한 추억, 가장 열정적이었던 기억, 힙합과 댄스의 역사에 빠질 수 없는 곳" 등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인터넷 조차 없던 시절 문나이트는 새로운 문화의 통로가 되어 준 곳이며 춤이 전부였던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정의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문나이트는 단순하게 90년대 유명 댄스 가수를 배출한 클럽이 아닌 블랙 뮤직이 시작된 메카이자 90년대 힙합과 춤을 사랑한 춤꾼들의 영원한 마음속 아지트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전설의 가수들이 펼치는 라이브 무대와 영상, 토크로 기록하는 SBS의 초대형 다큐 음악쇼로 발라드, 댄스음악, 문나이트, 인디 그라운드, K-POP 등 7개의 주제로 나뉘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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