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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 5년간 70여편 출연, 결국 해냈다…조병규의 '경이로운' 성장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1.19 18:03 수정 2021.01.19 18:05 조회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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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조병규(25)의 성장세가 놀랍다. 2년여의 시간 동안 조연에서 주연으로 완벽하게 발돋움한 그는 출연작마다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이미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조병규는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해 스물다섯이 될 때까지 무려 70편에 달하는 크고 작은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를 꿈꾸며 가열차게 달려온 그는 단역이든 아역이든 가리지 않았고, 작품 출연을 위해 작은 중고차에서 먹고 자는 생활도 버텼다. 그렇게 5년에 가까운 고생 끝에 2018년 말, JTBC 드라마 'SKY캐슬'을 만났다.

조병규

조병규는 이 작품에서 차민혁(김병철 분)-노승혜(윤세아 분)의 쌍둥이 아들 차기준 역을 맡았다. 다소 반항아적인 차기준을, 조병규는 앳된 외모에 거친 느낌을 섞어 안정적으로 그려냈다. 비중은 적었지만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조병규도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였다.

'SKY캐슬'의 인기로 모든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간 것은 맞다. 하지만 예서(김혜윤 분)와 혜나(김보라 분) 같은 다른 아역 캐릭터들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차기준까지 큰 주목을 받기는 힘들었다. 조병규에게는 20대 초반의 '라이징 스타'로 이런 배우가 있다는 것만 대중에게 인지시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보였다.

조병규가 조연을 넘어 주연으로서 제대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작품은 2019년 말 시작해 2020년 초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였다.

조병규

'스토브리그'는 조병규에게 다양한 '처음'을 선물한 드라마다. 처음 오디션 없이 작품에 캐스팅됐고, 처음 드라마에서 주연급 캐릭터를 맡았고, 처음 드라마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이 새겨졌고, 처음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조병규는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제작발표회에 나왔다. 그 정도로 비중 있는 역할이라, 부담감이 있고 마음가짐이 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각오도 남달랐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선배들한테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하고 있다. 좋은 부담감을 느끼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병규는 '스토브리그'에서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프로야구단 드림즈의 프런트 운영팀 직원 한재희 역을 맡아 허술한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했고, 열정과 정의감 넘치는 열혈 막내의 모습으로 대견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선배 이세영(박은빈 분)과의 남다른 케미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는 조병규가 풋풋한 청춘물이나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스토브리그'도 시청률 20%를 넘기며 '대박'을 쳤다. 조병규는 'SKY캐슬'에 이어 연속으로 시청률 20% 고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연타석 홈런을 친 조병규의 인기 고공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더 한 걸음 나아가, '타이틀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병규

조병규는 현재 방영 중인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타이틀롤 소문 역으로 출연 중이다. 이 작품은 OCN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돌파, 채널의 지난 10년 역사를 새로 썼다. OCN 입장에서는 그냥 대박도 아닌 '초대박'이고, 조병규에겐 무려 3연타석 홈런의 성과를 낸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소문 역 조병규가 있다. 조병규는 악귀를 잡는 카운터 중 하나인 고등학생 소문 역으로, 막내지만 드라마를 든든하게 이끌고 있다. 장애를 가진 다리, 왜소한 몸집, 소심한 말투로 한없이 연약해 보였던 소문이 위 세계의 부름을 받고 능력치 만렙의 카운터로 거듭나는 성장기를 조병규는 온몸으로 표현하며 자신이 아닌 소문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10kg이나 감량하며 캐릭터를 준비한 조병규는 판타지 액션물인 이 작품 속 히어로 소문이를 지금 이 현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조병규가 소문 역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아역과 학생 캐릭터를 여러 번 했던 터라, 또다시 교복을 입고 학생 연기를 하는 것에 팬들조차 걱정했다. 조병규는 이런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팬들이 '학생 역할 안 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라서 하고 싶었어요."

학생이나 어린 이미지로 굳어지면 이후 작품에서 캐릭터를 선택하는데 폭이 좁아질 수 있다. 그런 부담이 충분히 있었을 텐데,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의 좋은 점만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을 자신이 스스로에게 있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이런 결정의 바탕에는 지난 5년간 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다양한 경험, 그렇게 다진 배우로서 내공이 깔려 있다.

지난해 '스토브리그'가 끝난 후 했던 인터뷰에서 조병규는 어린 나이에 다작 출연을 해야만 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너무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보조출연으로 시작해 '학생1' 같은 역할을 하다가 '스토브리그' 포스터에 처음 이름을 올리기까지, 제 또래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나름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이게 끝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고, 그러다 보니 계속 작품을 해야만 했죠. 절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작품을 했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너무 지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엔 '스토브리그'라는 작품을 만났잖아요? 그동안 단편영화, 실험적 웹드라마 등 수많은 촬영장에서 보낸 시간들, 스펙트럼 넓게 맡았던 다양한 역할들이 제가 이번 '스토브리그'에 성공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확실히 경험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비록 어린 나이이긴 하나, 조병규가 온몸으로 구르고 부딪쳤던 다양한 경험들은 배우로서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그 위에 씨를 뿌리자 뿌리와 줄기가 빠르게 뻗어 났고, 빛의 속도로 성장해 모두가 아름답다고 인정하는 꽃을 피웠다.

'경이로운 소문' 속 소문이는 교복을 입었다고 해서 그냥 학생이 아니다. 조병규가 그리는 소문이는 학생이자 사랑스러운 손자이고, 애틋한 아들이고, 장난기 많은 친구이고, 든든한 동료이고, 경이로운 히어로다. 조병규의 장점은 연기에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10대 학생 역할도, 20~30대의 청년도, 액션물도, 청춘물도, 장르물도, 로코물도 다 가능한 배우다. 게다가 작품을 보는 '눈'까지 갖췄다. 그래서 조병규의 다음 작품이, 경이로운 성장이 계속 기대된다.

[사진제공=SBS '스토브리그', JTBC 'SKY캐슬', OCN '경이로운 소문'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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